[Champs] 루니 투입 초강수 뒀지만…고개 떨군 퍼거슨 감독
병상에 누운 제자까지 불러들였으나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69)이 발목부상으로 당초 출전이 힘들 것으로 전망됐던 웨인 루니(25)를 선발로 내세우고도 바이에른 뮌헨(독일)에 밀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행에 실패, 고개를 숙였다.
이날 경기 초미의 관심사는 추측만 나돌았던 루니의 실제 출전 여부였다.
루니는 뮌헨과의 8강 1차전 후반 막판 발목을 다쳤다. 진단결과 완치에는 최소 3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뮌헨과의 리턴매치 출격은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은 첼시와의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에 내보내지 않았던 루니를 이날 전격 선발기용, 루이스 반 할 뮌헨 감독(59)의 허를 찔렀다.
첼시전에서 루니의 부재를 절감한만큼,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뮌헨전 전반에 루니를 활용, 경기 주도권과 승리를 모두 거머쥐겠다는 회심의 승부수였다.
퍼거슨 감독은 루니뿐만 아니라 박지성(29) 대신 루이스 나니(24)를 기용했고, 하파엘 다 실바(20), 대런 깁슨(23) 등 공격 성향이 강한 젊은 선수들을 내보내며 과감한 공격으로 뮌헨전을 풀어갈 뜻을 드러냈다.
포석은 쉽게 적중하는 듯 보였다. 맨유는 전반 3분 깁슨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고, 7분과 41분 나니가 두 골을 몰아치며 한때 3-0까지 점수차를 벌렸다.
그러나 집중력이 문제였다. 맨유는 세 번째 득점에 성공한지 2분 만에 뮌헨의 이비차 올리치(31)에게 실점하며 일말의 불안감을 남겼다.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맨유는 전반전 한 차례 경고를 받았던 하파엘이 후반 시작 4분 만에 뮌헨의 역습을 막다가 또다시 경고를 받고 퇴장 당해 수적 열세에 처했다.
하파엘의 퇴장과 이로 인한 수적 열세로 맨유가 벌어진 점수차를 이용해 적절한 타이밍에 수비전술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없어졌다.
맨유는 나니를 중심으로 간간이 역습을 시도, 프랭크 리베리(27)를 앞세워 파상공세를 펼친 뮌헨과 대등한 경기를 이어갔지만, 후반 중반을 넘기며 체력 저하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결국, 맨유는 후반 28분 아르연 로번(26)에게 두 번째 골을 허용하며 흐름을 순식간에 뮌헨에 넘겨줬고 이를 만회하지 못한채 준결승행 실패의 아픔을 맛봐야 했다.
뮌헨전 승리로 2008, 2009년에 이은 3년 연속 결승행을 노렸던 퍼거슨 감독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문제는 루니를 투입하고도 패한데 따른 책임 문제다.
루니는 부상여파로 100% 컨디션의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고, 상대 수비진의 집중견제 속에서도 깁슨의 첫 골을 돕는 등 후반 초반까지 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하지만 루니가 잉글랜드 대표팀 소속으로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출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부상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출전시킬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루니가 부상에서 쉽게 회복하지 못하고, 여파가 대표팀 승선문제까지 확대되면 퍼거슨 감독은 책임론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한편, 맨유를 꺾고 2001년 이후 9년 만에 준결승에 오른 뮌헨은 칭찬받을만한 경기력을 보였다는 평가다.
16강 2차전에서도 피오렌티나(이탈리아)에게 2-3으로 패하고도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8강에 오른 뮌헨은 전반전 맹폭격 속에 허물어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리베리를 중심으로 한 짜임새 있는 공수 연결과 탁월한 조직력, 반 할 감독의 용병술 등이 조화를 이루며 두 골을 얻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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