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환자 아닌 환자’ 위한 미네랄의 재발견



50대 남성 김모씨는 정년퇴직 후에도 등산을 다니거나 친구들과 만나며 활동적으로 생활해 왔다. 건강검진도 매년 받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유 없이 자꾸 피곤하고 무기력해지는 걸 느꼈다.

병원에서 혈액·X선·초음파 검사 등을 해 봤지만 아무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갱년기 장애인가 싶어 호르몬 치료도 받아 봤다.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한 대학병원에서 모발 검사를 받았다.

몸속에 미네랄이 부족해 에너지 대사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처방받은 대로 6개월간 아연·칼륨·크롬 등이 섞인 복합 미네랄 보충제를 꾸준히 먹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김씨는 예전의 활기를 되찾았다.

괜히 피곤하다든지, 머리가 아프다든지, 열이 난다든지 하는 증상이 있어 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받아 봐도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럴 때 의사들은 흔히 '스트레스나 신경성'이라는 말과 함께 신경안정제나 해열제 정도를 처방해 주곤 한다. 괜한 건강염려증으로 여기기도 한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비타민·미네랄 등 에너지 대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영양소가 부족해 이런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이때 부족한 영양소를 공급해 주는 것이 영양요법이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기능의학'을 연구하는 의사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사람은 물과 산소, 음식을 먹고 산다. 이것으로 에너지를 생산해 생명과 활기를 유지한다. 기능의학에서는 사람마다 이 에너지 생산 능력이 다르고, 그에 따라 스트레스나 병원균에 대한 대응력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본다.

에너지 생산 과정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건 효소들이다. 단백질·비타민·미네랄은 그런 효소의 생산과 활성화를 돕는다. 또 어떤 효소들은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활성산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활성산소는 산화력이 매우 높아 단백질·지방산·DNA 등 주변의 어떤 것과도 결합해 세포를 산화·손상시킨다. 나아가 에너지 생산력도 떨어뜨린다. 그만큼 항산화 효소의 역할은 막중하다. 그런데 유전적으로 적당한 효소를 생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효소를 만드는 데 필요한 단백질·비타민·미네랄을 섭취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혹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몸속의 단백질과 비타민을 과잉으로 소비할 수도 있다.

초기의 영양 불균형 상태는 피로감 등의 증상만 보이기 때문에 '미병(未病)'이라고도 불린다. 병은 아니지만 건강한 상태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만성피로증후군·식욕부진·무기력증 등을 보이는 '환자 아닌 환자'에게 영양치료는 효과가 제법 큰 편이다.

또 아토피나 비염 등 현재로선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만 있는 질환에도 항산화제를 이용한 영양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임상 결과들이 적지 않다. 치료 방법은 비타민이나 미네랄을 건강한 사람의 하루 영양권장량보다 몇백 혹은 몇천 배 더 많이 먹도록 처방한다. 자연식품을 통해선 불가능하기 때문에 추출물 형태의 값비싼 영양보충제를 먹이는 거다.

비만 치료에도 영양요법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제까지는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도록 뇌의 호르몬을 혼란시킨다든지, 지방 흡수를 억제하는 약물 치료가 위주였다. 여기에 운동요법이나 칼로리를 조절하는 식이요법을 더한 정도였다.
 
그런데 인체가 심각한 영양 불균형 상태에 적응돼 있는 사람에겐 특정 영양소를 보조 약품이나 심지어 주사제 형태로 일정 기간 섭취하도록 해야만 다시 살이 찌는 현상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양치료 방식은 개인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사람은 비타민·미네랄 성분에 과민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혈중 비타민이나 미네랄의 농도는 정상이지만 실제로 얼마나 제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처방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이런 개별화를 위해 소변 유기산 검사, 모발 미네랄 검사, 혈액·소변 등의 영양소 분석, 활성산소 측정 등 다양한 검사 방법을 이용한다. 하지만 아직까진 당뇨병을 확인하기 위한 혈당 검사처럼 신뢰도가 높지는 못하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최근 많은 이가 관심을 보이는 마늘주사·태반주사도 영양요법에 속한다. 마늘주사는 활성 비타민 B1이 주성분이다. 일반 비타민 B1에 마늘의 매운맛 성분인 알리신을 첨가해 체내 흡수율을 높이고 몸 안에서 더 오랫동안 머물도록 만든 것이다.

또 태반주사는 각종 영양성분과 호르몬의 보고(寶庫)인 사람의 태반(자하거) 추출물이 주성분이다. 둘 다 항산화 작용을 통해 피부미용·피로회복·노화방지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일본에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적용증과 효능에 대해 의학적 검증이 충분히 이뤄진 게 아니다. 특히 태반주사는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제품 허가를 받은 국산과 수입 주사제들의 기능성을 재평가했을 때 일부 제품만 간 기능과 갱년기 장애 개선 정도의 효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당시 상당수의 주사제가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과대 광고가 적발됐다. 게다가 태반주사에서 여성호르몬 성분이 검출돼 갱년기 장애 치료를 위해 장기적으로 투여하면 유방암같이 여성호르몬 요법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심혈관계 질환이나 암 등에는 기존의 검증받은 치료 방법이 우선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이를테면 항산화 작용을 하는 코큐텐(Co-enzyme Q10) 성분이 고지혈증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기존의 '스타틴' 같은 강력한 치료제에 비한다면 효과가 매우 미미한 편이다. 그렇다고 코큐텐 성분의 보충제가 값이 싼 것도 아니다. 이미 심각한 질병 단계에 접어든 환자에겐 근본 원인 해결도 좋지만 당면한 증상부터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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