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신종플루의 끝은 어디일까?

 

 


  신종플루의 과거와 현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미래는 오리무중이다. 전문가들도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예상하기 힘들어서다. 신종플루의 향후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를 쓰고 상황별 대응 매뉴얼을 미리 작성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필요한 일이다. 이는 신종플루 바이러스 못지 않게 파괴적인 신종플루 '공포증'에 대한 백신 주사가 될 수 있다.

 

①신종플루 백신 접종 뒤 극소수에게 사망 등 이상반응 발생→국민의 백신에 대한 불안 가중→백신 접종 기피자 대량 발생→신종플루에 대한 군중면역 획득 실패→신종플루 환자와 희생자의 지속적 증가

 

신종플루 백신은 국내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같은 입장이다. 게다가 사(死)백신이다. 그러나 극소수에게 이상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이덕형 질병관리관은 “일반 계절성 독감 백신의 경우 100만명 접종시 1명 꼴로 입원이 필요한 중증 이상반응을 경험한다”며 “신종플루 백신은 1700만명 접종이 예정돼 있으므로 10∼20명에겐 이상반응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계절성 독감 백신 접종 후의 사망 사례는 올해도 10명 가까이 발생했다. 그러나 사인이 백신 자체에 있다고 볼만한 사례는 없었다. 만약 국내에서 신종플루 백신 접종 후 사망 등 이상반응이 발생한다면 국민 입장에선 무엇보다 백신 접종과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잘 따져봐야 한다.

 

만일 백신 자체가 문제였다면 희생자가 맞은 백신과 같은 로트에서 생산된 백신은 마땅히 폐기돼야 한다. 그러나 올해 생산된 모든 신종플루 백신을 기피할 필요는 없다. 백신 접종 뒤 30분 이내에 쇼크·알레르기 반응 등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백신과 사망은 관련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때는 백신을 맞는 것이 옳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다수 국민이 백신 접종을 기피한다면 신종플루 컨트롤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2000년대 초반 홍역 백신의 단체 접종과정에서 2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파로 일본 국민이 홍역 백신 접종을 기피하면서 백신 접종률이 목표인 90%에 훨씬 못미치는 60%대에 그쳤다. 그 결과 일본은 최근 몇년간 홍역이 크게 유행해 더 큰 '홍역'을 치렀다.

 

②타미플루 내성균 발생→신종플루 치료제가 없어 국민의 공포 가중→신종플루 희생자 지속적 증가

 

타미플루는 신종플루의 대표적인 치료제이다. 요즘은 신종플루 의심 증세만 있어도 의사가 바로 처방할 수 있다. 타미플루의 처방 건수가 늘어나면 이 약에 대해 내성을 가진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출현이 불가피하다. 원래 타미플루는 계절성 독감 치료제로 개발됐는데 지금은 거의 모든 독감 바이러스가 이 약에 대해 내성을 지녀 복용해도 독감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질병관리본부 전병률 전염병대응센터장은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타미플루 내성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39건 보고됐지만 국내에선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설령 국내에서 타미플루 내성 바이러스가 발견되더라도 국민들은 타미플루 내성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전체 신종플루 바이러스 중에서 몇 %를 차지하느냐에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타미플루 내성 바이러스의 비율이 높지 않으면 타미플루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것.

 

타미플루 내성 바이러스는 한번 퍼지기 시작하면 전파 속도가 상당히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타미플루 내성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사람 대 사람 전염도 가능하다. 지난 7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진행된 한 여름 캠프에서 같은 숙소에서 지낸 두 10대 여학생이 모두 타미플루 내성 신종플루 바이러스를 가진 것으로 밝혀진 것이 한 예다. 모든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타미플루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된다면 약을 바꾸는 방법 외엔 대안이 없다. 리렌자라는 대체약이 있지만 경구약이 아니라 흡입약이어서 사용이 불편하며, 7세 이하의 어린이에겐 처방할 수 없다.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타미플루에 대한 내성을 갖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려면 신종플루 오·남용을 줄이고 일단 처방된 신종플루는 5일치를 모두 복용해야 한다. 타미플루 복용 뒤 열이 떨어져도 환자의 몸에서 바이러스는 계속 증식되기 때문이다.

 

③돼지에서 신종플루 발생→국민의 돼지나 돼지고기 기피 심화→양돈·식품 산업 피해 가중

 

최근 대만 동부 타이둥현의 한 양돈농장 돼지 3마리에서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그전에 미국·캐나다에서도 신종플루에 걸린 돼지가 보고됐다.

국내에선 아직 신종플루에 감염된 돼지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문제라는 것이 충남대 수의학과 서상희 교수의 주장이다.

 

서교수는 “우리는 모돈(母豚)을 미국·캐나다에서 수입한다”며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열린 한 가축 박람회에서 신종플루가 사람에서 돼지로 옮겨진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돼지는 체내에 사람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받아들이는 수용체(알파 2-6 시알산)가 있으며 이 수용체가 감염통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또 지금까지 국내 돼지가 신종플루에 걸린 사례가 없으므로 앞으로 신종플루 감염 돼지가 나오면 이는 사람으로부터 옮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약 국내에서 돼지가 신종플루에 걸린 것으로 확인되면 돼지 인플루엔자(SI)라는 병명을 신종플루로 바꾸면서 잠잠해진 소비자의 돼지나 돼지고기, 햄·소시지 등 돼지고기가 함유된 가공식품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될 수 있다. 이는 양돈·식품 산업엔 큰 위기이다.

 

서교수는 “국내 돼지에서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검출되더라도 우리 국민은 돼지와의 긴밀한 접촉은 피하되 돼지고기·가공품에 대한 소비를 줄일 필요는 없다”며 “신종플루 바이러스는 폐 이외의 다른 조직으로는 가지 않으므로 폐를 익히지 않고 먹지 않는 한 돼지고기를 통해 신종플루를 옮을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물론 대만에서도 돼지의 신종플루 감염 사실이 알려진 뒤 소비자는 냉정하게 반응했다. 우려했던 돼지고기 소비 위축·가격 하락은 일어나지 않았다.

 

신종플루 바이러스는 돼지(아직 확인 안됨)→사람→돼지(외국에서 확인)→사람(아직 사례 없음)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돼지에서 다시 사람으로 갈 때 신종플루의 병독성이 강해질 수 있지만 반대로 약해질 수도 있다고 본다.

 

④신종플루 백신으로 예방 어려운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장→새 인플루엔자에 대한 백신 개발 필요성 대두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 교수는 “적어도 이번 겨울 시즌엔 신종플루 백신을 무력화시키는 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나오지 않을 것”이며 “신종플루 바이러스는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수성을 갖는 등 '해피'한 상태이므로 바이러스 입장에선 변할 이유가 별로 없다”고 소개했다.

 

우리 국민 상당수가 백신을 맞아 더 이상 갈 데가 없을 때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변이가 서서히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미국의 CDC(질병관리통제센터) 등 전세계에 많은 연구기관에서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변이 여부를 추적중이다. 다행히도 현재까지는 병독성을 바꾸는 등 특별한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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