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쌀이 보약

 


 

단순한 '밥' 이상 기능, 다이어트 효과에 혈당 조절 탁월

우유보다 단백질 많아… 현미밥, 고혈압에 효과

 

"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건강하게 살려면 세끼 밥을 잘 챙겨서 인체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만들어 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밥은 자동차에 휘발유 넣듯 단순히 우리 몸에 열량을 공급하는 것 외에, 다양한 건강 기능이 있다. '쌀의 과학' 학술포럼에서 쌀의 건강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됐다. 쌀은 다이어트 효과, 혈당·혈압 조절 효과 등이 있는 '종합 건강 곡물'이었다.

 

◆쌀은 저열량 다이어트 식품

 

밥은 다이어트의 주적(主敵)으로 알려져 있다. 살을 뺄 때 사람들은 우선 밥 먹는 양을 줄인다. 하지만 쌀은 의외로 다이어트 친화적인 식품이다. 쌀은 칼로리는 적으면서 쉽게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하태열 한국식품연구원 연구원은 "쌀의 전분은 몸에 들어가면 식이섬유와 비슷한 작용을 하는 '저항전분'으로 변하는데, 저항전분은 물을 흡수해 스스로 양을 불리는 성질이 있어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밥의 100g당 칼로리는 145㎉로 빵(260㎉)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또, 쌀 100g당 지방 함량은 밀가루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방의 대부분(73%)이 비만과 거리가 먼 불포화지방산이다.

 

미국 듀크대 의대는 70년째 '쌀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월터 켐프너 듀크대 박사팀은 546명의 남녀에게 4주간 쌀 다이어트(1일 800~1500㎉)를 시켰다. 4주 뒤 여성은 평균 8.6㎏, 남성은 13.6㎏ 체중이 줄었고, 1년 뒤 전체 대상자의 68%가 빠진 체중을 유지했다.

 

그러면 다이어트를 할 때 왜 식사량을 줄여야 할까. 강재헌 서울백병원 비만체형관리센터 소장은 "쌀 자체는 나쁘지 않다. 밥과 함께 먹는 반찬, 찌개 등이 문제"라고 말했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려면 밥보다 빵, 케익, 국수 등 밀가루 음식을 덜 먹어야 한다. 빵, 케익 등은 단순당의 비율이 높아 같은 열량을 섭취할 때 포만감이 적고 체중을 많이 올린다. 반면, 밥은 복합당으로 돼있어 적은 양을 먹어도 포만감이 든다. 또, 밥에는 식이섬유가 많아 밥의 양을 줄이면 다이어트를 할때 변비가 오기 쉽다.

 
◆쌀은 우유 못지않은 완전식품

 

쌀은 탄수화물 이외에 단백질, 아미노산, 비타민, 무기질 등이 들어 있는 '완전 식품'이다. 최진호 부경대 식품생명공학부 교수는 "쌀은 7~8%가 단백질인 데 비해 우유는 2~3%에 불과하다. 따라서 단백질이 분해돼 만들어지는 필수아미노산은 같은 양의 밥을 먹을 때 우유보다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쌀 단백질은 지방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작용이 뛰어나다. 한국식품연구원이 흰쥐에게 지방식을 먹인 다음 각각 쌀 단백질과 우유 단백질을 먹였다. 쌀을 먹인 쥐가 우유를 먹였을 때보다 중성지방 배출량이 많았다. 간에 축적된 지방의 양도 쌀 단백질을 먹인 쥐(72.70㎎/g)가 우유 단백질을 먹인 쥐(116.40㎎/g)보다 훨씬 적었다.

 

단, 쌀 단백질은 주로 쌀겨에 들어있기 때문에 백미보다 현미가 좋다. 또, 하루에 먹는 밥에서 섭취하는 단백질만으로는 인체에 필요한 단백질을 충분히 공급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콩, 두부, 육류 등으로 단백질을 골고루 보충해야 한다.

 

쌀에는 비타민과 무기질, 식이섬유도 들어있다. 쌀에는 토코페롤 등 항산화성분이 풍부하며, 현미에는 철분이 우유보다 4배나 들어있다. 쌀에 들어있는 식이섬유 중 '헤미셀룰로오즈'라는 성분은 소화흡수를 돕는 기능이 있다.

 

◆혈당·혈압 조절 효과도

 

당뇨병 환자들은 밥을 먹을 때마다 혈당을 걱정한다. 그러나 밥은 탄수화물 식품 중 혈당을 가장 적게 올린다. "쌀밥, 감자, 식빵, 옥수수를 먹게 하고 1시간 뒤 혈당을 비교한 미국 연구 결과에 따르면, 쌀밥을 먹은 사람의 혈당이 71.5㎎/㎗로 가장 낮았다. 감자는 125.4㎎/㎗, 식빵은 89.5㎎/㎗, 옥수수는 76.2㎎/㎗였다" "감자, 고구마보다 흰쌀밥이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의학적으로 증명돼 있다"

 
고혈압 환자에게는 현미가 좋다. 최진호 교수는 "염분의 배설을 촉진해 혈압을 내리는 가바(GABA) 성분이 쌀겨에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는 흰쌀밥보다 현미밥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2007년 중년 여성 4만명을 대상으로 현미 섭취량과 혈압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현미를 가장 많이 섭취한 집단은 현미를 가장 접게 섭취한 집단에 비해 고혈압 발병 위험이 11%가량 적게 나타났다.

 

밥을 지을 때 가바의 함량을 높이려면, 쌀을 되도록 오래 불리는 것이 좋다. 쌀을 물에 담그면 쌀의 배아가 발아준비에 들어가면서 가바의 함유량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찹쌀은 위궤양 치료 효과 있어

 

'속이 쓰리면 찰떡을 먹으라'는 민간 요법이 있다. 여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안봉환 전남대 의대 생화학교실 연구팀은 찹쌀에 많은 프롤라민 성분이 위궤양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한국식품과학회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전남대병원에서 소화성 궤양으로 진단 받은 성인남녀 8명을 대상으로 2~6주동안 아무 약도 복용하지 않으면서 찹쌀로 만든 음료 250㎖씩을 매 끼니마다 마시게 했다. 실험이 끝난 뒤 대상자 전원은 "속이 쓰린 증상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 중 한 명에게 위내시경을 실시한 결과, 실험 전에 있었던 지름 2㎝의 궤양이 완전히 사라졌다.

 

"찹쌀을 먹으면 프롤라민 성분이 위 점막을 보호하는 점액물질 분비량을 50% 정도 더 분비하게 한다. 위 점막의 항산화 기능도 30% 정도 좋아진다. 프롤라민은 멥쌀보다 찹쌀에 1.5~4배 많다"

 

단, 찹쌀에 열을 가하면 프롤라민의 효능이 많이 떨어진다. 따라서, 찹쌀로 위궤양 치료 효과를 보려면 찰떡이나 찰밥보다는 날로 먹는 게 좋다. 찹쌀가루를 물에 타서 수시로 마시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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