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밀어치기 달인 추신수의 타격론


 

 


추신수는 누널리 타격 코치와 늘 함께 합니다. 누널리 코치는 타고난 재능 이상으로 성실하고 열심인 추신수의 훈련 자세를 칭찬했습니다. “한국 기자죠? 어제 홈런 봤어요? NL 최고의 투수(팀 린스컴)에게 바깥쪽 낮은 패스트볼을 때려 좌측 펜스를 넘기는 정말 엄청난 홈런이었어요. 나는 추가 인디언스로 와서 정말 행복합니다.”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야간 경기가 진행되는 중간에 인디언스 클럽하우스로 갔습니다. 시범 경기 중반이면 주전은 교체되기 때문에 추신수(28)를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몇 번 봐서 얼굴이 익은 클럽하우스 관리인 스캇 앤더슨이 반갑게 기자를 맞으면 처음 건넨 말이 바로 추신수의 홈런입니다. 17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1회에 린스컴을 상대로 추신수가 때린 홈런은 며칠 째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요즘 추신수의 타격은 정말 물이 올랐다는 표현이 딱 어울립니다.


우선 타석에 서면 투수를 압도하는 자신감에 넘치고, 유인구에도 좀처럼 속지 않는 참을성과 선구안도 부쩍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맞았다하면 빨랫줄처럼 뻗는 타구는 심심치 않게 장타를 뽑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린스컴에 뽑은 홈런처럼 밀어 쳐서 만들어내는 '오퍼지트 필드(opposite field)' 안타의 위력은 새삼 관계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신장이나 체구에 비해 정말 놀라운 파괴력을 지녔다며 혀를 내두릅니다. 사실 체격은 밀리지 않는 추신수지만 이들의 기준으로 볼 때 큰 선수는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20일 텍사스 레인저스의 멘도사를 상대로 뽑은 시범 경기 두 번째 홈런도 좌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밀어친 타구였습니다. 감탄할만한 파워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반응입니다.
그는 마이너 시절부터 밀어 친 홈런이 더 많았다고 했습니다. 원래 가운데와 바깥쪽을 노려 공략한다는 사실도 털어 놓았습니다. 그것이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 대상이 될 수 있는데도, 그렇다면 오히려 몸 쪽 공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자신감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최근 나온 장기계약이 무산된 액수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며 불편한 심기도 드러냈습니다. 자신의 올 연봉은 46만 달러라는 사실도 밝혔습니다. 긴 출장을 마치기 직전에 추신수를 다시 만나 그의 타격 위주로 야구 이야기와 2010 시즌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린스컴 상대 홈런이 화제다. 떨어지는 변화구를 잘 참고 나서 유리한 카운트에서 바깥쪽 공을 제대로 때렸다.
▶요즘 캠프 때 잘 치고 못 치고를 떠나서 일단 나쁜 공에 손이 안 나간다는 게 제일 마음에 드는 것 같습니다. 홈런 전에 유인구를 잘 참았습니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입니다.

-홈런을 친 린스컴의 패스트볼은 바깥쪽 낮게 제구가 잘 된 공이었는데.
▶저는 항상 바깥쪽을 노립니다. 가운데와 바깥쪽을 항상 노리니까요. 몸 쪽은 안 노리거든요. 진짜 간혹 가다 한 번씩이나 그럴까 잘 안 노립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
▶몸 쪽을 노리다보면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더라고요. 어깨가 빨리 열리고요.

-자신이 평소 몸 ·쪽 공이 조금은 약하다는 말도 하는데 그것이 연관이 있는 것인가.
▶음~ 아니요, 그런 것은 아니에요. 패스트볼도 바깥쪽을 노리고 있으면 항상 어깨가 닫혀서 보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변화구가 떨어지거나 옆으로 휘어도 더 오래 참고 볼 수가 있어요. 그러나 몸 쪽을 치기 위해서 어깨가 열리다보면 흘러 나가는 공에 어려움을 겪어요.

-린스컴에 홈런을 친 후 코치도 칭찬을 많이 하고 해설자들도 밀어 친 엄청난 파워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누널리 코치는 밀어치기 훈련도 겨울에 많이 했다고 했는데.
▶아, 그래요? 그런데 사실은 마이너리그 생활 할 때도 당겨 치는 것보다 밀어서 치는 홈런이 더 많았어요. 메이저리그에 와서 당겨 치는 것이 조금 많아진 거죠. 마이너리그 때 보면 주로 센터, 좌중간 홈런이 많고 가끔 우중간 홈런이 나온 정도였어요.

-18일 레즈의 아로요와 첫 대결에서도 밀어서 유격수 넘어가는 안타를 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변화구였고 그래서 밀어 쳤습니다. 원래 제 스윙 스타일이 딱 당겨 치는 것은 아니거든요. 항상 그쪽을 많이 노리는 편이에요. 거의 99% 가운데 아니면 바깥쪽을 노린다고 봐야죠. 몸 쪽은 투 스트라이크 이전에는 안 보니까요.

-상대 투수들도 추신수의 그런 타격 스타일을 더욱 많이 연구할 텐데.
▶그래도 몸 쪽으로 던진다고 다 스트라이크 안 되거든요. (웃음) 근데 안으로 던지다가 조금 가운데로 미스하면 그건 걸리면 가는 거거든요. (웃음) (실투는 곧바로 홈런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보입니다.)

-타격 준비 자세를 예전처럼 약간 어깨 왼쪽으로 다시 옮겼다고 했는데 그 외에 수정한 것이 있는지.
▶그것을 다시 잡은 것 외에는 수정한 것은 없습니다. 집에서도 계속 작년 시즌 쳤던 것을 계속 보면서 뭐가 다른가도 보고 또 스윙 해보고, 다시 비디오 보고 다시 스윙해보고 그럽니다. 집사람이 미쳤다고 그럴 때도 있어요. (웃음)

-그게 무슨 소린지.
▶어떤 때는 새벽에 화장실에 가다가도 뭔가 떠오르면 스윙을 해보다가 한 시간씩 넘기기도 하거든요. 그럼 집사람이 새벽에 뭐하냐고 그러죠. ‘아, 지금 뭔가 딱 떠올라서 그래’ 그러면 정말 야구에 미쳤다고 그러죠, 매일 그러는 건 아니고 어쩌다 그래요. (웃음)

-작년의 타격 폼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보는 건가.
▶물론 작년에도 왔다갔다 많이 했죠. 발을 높였다 낮췄다, 스탠스를 좁혔다 넓혔다, 그러다가 내 폼을 찾았죠. 그래도 작년이 가장 좋았고, 또 특히 비디오에는 못 쳤을 때는 없어요, 잘 쳤을 때만 담아놓은 것을 보는 것이니까요. 그런 것을 보면 동작은 물론 자신감도 찾는 것이고 많은 도움이 돼요.

 
18일 레즈전에서 3루에 안착한 추신수의 유니폼은 흙으로 엉망입니다. 지저분한 유니폼이 아니면 기분이 안 좋다는 추신수입니다. ⓒ민기자닷컴
 
-요즘 타격감은 정말 좋은 것 같다. 시범 경기 시작 전부터 공이 아주 잘 보인다고 했는데.
▶네, 아주 좋습니다. 처음에도 얘기했지만 나쁜 공에 손이 잘 안 나가니까 항상 볼카운트를 제가 유리한 쪽으로 가다보니까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도 변화구에 잘 안 속으니까 그런 부분이 많이 만족스럽습니다. 안타를 치고 못 치고 보다 그것이 더 만족스러워요.

-올해 삼진도 많이 줄일 수 있겠다.
▶아, 올해 100개 정도로 줄여야죠. 생각해보세요, 작년에 151개를 당했는데 그 중에 50개를 줄인다면 그 중에 안타가 몇 개고, 홈런이 몇 개 나오겠습니까. 감은 좋습니다.

-팀 분위기는 어떤가. 투수력이 약해 강팀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데.
▶아주 좋습니다. 투수 부분은 제가 신경 쓸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타선은 좋아요. 사이즈모어가 안 아프고 계속 뛰고, 해프너도 이제 돌아왔고 하니 웬만한 팀 못지않게 타선은 정말 괜찮습니다.

-3번에 우익수로 고정됐는데.
▶타순은 상관없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매일 뛴다는 것이 중요하죠. 물론 3번을 친다는 것은, 저도 가끔 생각하거든요. ‘야! 한국에서 넘어올 때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는 게 꿈이었는데 한 팀의 중심타자로 뛴다니’ 그런 생각을 하면 사실 소름이 끼쳐요. 뿌듯하죠, 저도. 한 팀의 3번, 4번 주축 선수가 된다는 게. 처음에는 메이저리그에 뛴다는 것만 목표로 왔는데요.

-계약은 아쉽지 않은가.
▶아니, 전혀요. 뭐 서로 안 맞으면 못 하는 거죠,

-1년에 얼마 계약을 한 건가.
▶46만 달러입니다.

-최근 5년간 거액 오퍼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왔었는데.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5년 이야기는 맞는데 2500만 달러라는 액수는 정말 저는 들어본 적도 없거든요. 그 이야기 듣고 정말 화가 났어요. 구단에서 얼마를 제시했는지 저도 전혀 모르는데 어떻게 그런 액수가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사석에서 사이즈모어와 다른 선수 이야기를 한 것이 전부인데요.
계약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에이전트가 그래서 있는 것이고, 저는 제가 할 일만 열심히 하면 되니까요.

-팔꿈치는 이제 완전한가. 아직도 치료를 받는지.
▶팔꿈치는 완전히 좋습니다. 그래도 치료는 계속 받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나빠지지 않게 하려고 치료와 마사지 등을 받는 것이지 아파서는 아닙니다.

-어제 식당에서 마이너에서 뛰는 우리 선수들을 만났다는데.
▶한국 식당에 갔다가 레인저스에서 뛰는 남윤희와 안태경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가끔 그렇게 후배들을 우연히 만나요. 지금은 아직 제가 자리를 못 잡아서 정신이 없지만 앞으로 그 친구들 잘 챙길 겁니다. 얼마나 고생하는지 제가 알고 겪어봤으니까요.

-올해의 목표는.
▶모든 면에서 작년보다 나아지는 것이죠. 숫자를 목표로 세울 수도 있지만 그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안 아프고 최선을 다해서 하면 작년보다 더 좋은 시즌을 보낼 자신이 있습니다.

-여름에 애너하임에서 만났으면 한다.(미소)
▶캘리포니아요? 아, 올스타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네요.(미소)

-팬들도 기대가 큰데 건강히 건투하길 바란다.
▶안 아프면 자신 있습니다. 준비도 철저히 했고 감도 좋습니다. 늘 성원해주시는 팬들에게도 기쁨 소식 전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뛸 것입니다.

이날 경기를 7회까지 뛰고 클럽하우스로 들어오는 추신수의 유니폼은 흙이 잔뜩 묻고 더러웠습니다. 안타를 치고 나가 리드하다가 1루로 귀루하려고 슬라이딩을 몇 차례 하면서 더렵혀진 것이었습니다.


클럽하우스로 들어오다가 눈이 마주치자 추신수는 “유니폼이 이렇게 더럽지 않고 깨끗한 채 클럽하우스로 들어오면 영 기분이 안 좋아요. 특히 유니폼은 깨끗하고 경기는 지고 그러면 최악이지요.”라며 씩 웃었습니다.


시범 경기에서 드물게 지저분한 유니폼으로 들어서자 앤더슨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을 정도입니다. ‘슬라이딩!’이라고 답하자 앤더슨은 ‘추라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추신수가 어떤 선수인지를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시범 경기의 결과로 흥분하기에는 정규 시즌은 아주 길고 험합니다.


그리고 애리조나의 고온 건조한 기후와 대체적으로 해발이 높은 곳에 위치한 경기장 등의 요소 때문에 ‘타고 투저’ 현상이 나오는 곳이 캑터스리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추신수의 경기나 타석에서의 내용을 보면 작년보다 또 한 단계 올라섰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2K10 버전’의 추신수가 기대됩니다. <애리조나 주 굳이어에서 민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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