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빠] 세계 최고는 메시, 호날두와 맞대결서 완승


  ‘메시아’ 리오넬 메시(23)가 ‘슈퍼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5)와의 맞대결에서 자신이 세계 최고의 선수임을 확실히 보여주며 기나긴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메시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엘 클라시코’ 더비전에서 결승골을 뽑아내며 자신이 호날두 보다 한 수 위임을 증명했다. 호날두가 말한 것처럼 그 자신이 메시보다 나은 점은 키가 크다는 것뿐이었다.

2007년에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카카의 하향세가 뚜렷한 가운데 2008년 올해의 선수 호날두, 2009년 올해의 선수 메시를 두고 전 세계 축구 팬들은 누가 진정한 이 시대의 ‘넘버 원’인가를 두고 격론을 벌여왔다. 정교한 볼 터치와 드리블 기술을 앞세운 메시, 건장한 신체 조건에 파워풀하고 스피디한 돌파를 앞세운 호날두는 측면에 위치한 골잡이라는 공통점에도 서로 다른 스타일로 21세기 축구계를 선도하고 있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한 메시

지금까지 호날두의 손을 들어주는 이들이 많았던 것은 2007/2008시즌에 공식 경기에서 42골을 몰아쳤던 무시무시한 득점력의 임팩트가 컸기 때문이다. 게다가 호날두는 무회전 프리킥과 헤딩슛이라는 무기로 메시보다 다양한 득점 루트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 동안 메시가 잦은 부상에 시달렸던 것도 못미더운 점 중 하나였다. 보디빌더 같은 몸매의 호날두는 부상 없이 꾸준한 선수로 유명하다.

메시의 경우 2008/2009시즌에 바르사의 트레블 달성을 이끌었지만 호날두에 못미친 득점력과 더불어 강한 압박을 상대할 때 호날두와 같은 파워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 세트 피스 상황의 위력이 떨어지는 점이 마이너스 요소가 됐다. 하지만 2010년 들어 메시가 보여주고 있는 플레이는 그 동안 부족했던 2%를 메운 것은 물론 지금껏 축구계에서 본 적이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2010년에만 네 번의 해트트릭을 달성한 메시는 꾸준히 근력 운동을 해온 결과 부상의 위험이 현저히 줄었고 상대의 견제와 압박을 힘으로 이겨내고 넘어갈 수 있는 추진력이 생겼다. 이미 그가 가졌던 창조성과 그 창조성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 신기에 가까운 기술에 힘이 붙고 경험이 쌓였으며 자신감까지 충만해지자 누구도 메시를 막을 수 없게 됐다. 메시도 이젠 프리킥의 달인으로 성장했다.

아스널과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경기에서 네 골을 몰아쳤던 메시는 총 12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해 몰아치기에 능하면서도 꾸준한 골게터로 활약 중이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경기라 할 수 있는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더 선제 결승골을 뽑아냈다. 이케르 카시야스의 선방에 아니었다면 두 골을 더 넣을 수 있었던 기회를 만들며 그의 활약이 단지 상대 수비가 실수를 했기 때문이거나 약했기 때문이 아님을 똑똑히 보여줬다. 메시는 이미 엘 클라시코에서 7골을 넣었은 더비전의 최고 히어로다.

혼자서는 차이를 만들지 못했던 호날두

물론 호날두를 변호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팀 조직력의 완성도, 주위 선수들의 조력도 면에서 메시가 호날두보다 좋은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엘 클라시코 더비전에서는 레알 마드리드 역시 강한 집중력을 보이며 터프한 압박을 바르사에 가했다. 실제로 그랬기 때문에 메시의 선제골이 터지기 전까지 바르사 역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메시가 만들어낸 선제골은 챠비의 패스가 좋았던 것도 영향을 줬지만 그 자신의 눈부신 천재성에서 기인한 것이다. 메시는 챠비에게 볼을 내준 다음 지체 없이 문전으로 달려들어갔는데 그 타이밍이 절묘하게 오프 사이드 트랩을 무너트렸다.

그리고 볼을 이어받은 순간 라울 알비올이 메시를 마크하기 위해 자리하고 있었지만 탁월한 방향으로 친 가슴 트래핑으로 알비올의 타이밍을 빼앗았고, 볼을 떨궈낸 다음의 터치 역시 알비올의 반응력을 뿌리쳐냈으며, 카시야스 골키퍼와 알비올이 문전에 위치했음에도 선방에 걸리지 않도록 볼을 바운드 시키는 슈팅 시도로 마드리드의 골문을 열었다.

메시는 이후에도 챠비의 패스를 받아 수비 배후를 교묘히 빠져들어 마무리 슈팅을 연결했는데 이것이 골문으로 이어지지 직전에 카시야스의 몸에 걸리거나 카시야스의 선방에 걸렸다. 선방에 걸렸음에도 볼은 골문 안으로 흐르다가 간발의 차이로 빗나갔다.

메시는 상대의 강한 압박에도 최대한 볼을 지켜내면서 전진해 위협을 가했다. 그는 단지 드리블 능력 만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위치 선정과 공간 이동, 결정력, 패싱력, 경기 이해도 등 모든 면에서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날 메시는 원톱으로 출전했고, 원톱 공격수에게 가해지는 모든 제약을 뛰어넘는 기술을 보여줬다. 이전의 메시가 오른쪽에 자리해 전방 2선으로 파고드는 패턴 플레이를 구사했다면 지금 메시는 공격진영의 어느 위치에서든 모든 패턴의 공격을 구사할 수 있는 전천후 공격수로 거듭났다,

"메시의 플레이는 설명할 수 없다. 그냥 즐기면 된다." - 주젭 과르디올라 감독

하지만 호날두는 바르사의 압박을 상대로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호날두는 빠르고 힘이 넘쳤지만 혼자만의 질주는 상대의 압박에 균열을 만들 수 없었다. 호날두가 뛰어가는 타이밍에 정확한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카카와 같은 선수가 없었다는 사실도 안타까웠지만, 판 데르 파르트의 패스가 매끈하게 연결됐을 때도 호날두의 공격 작업은 마무리의 세밀함이 떨어졌다.

창조적인 패스를 구사하는 구티가 투입됐음에도 호날두는 페널티 박스 바깥을 맴돌며 측면으로만 빠졌다. 스스로 페널티 박스 안으로의 진입이 가능한 세밀한 드리블 시도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의 몇 차례 드리블 시도는 결국 한 번도 상대 압박을 파괴하고 문전 안으로 침투하지 못했다. 위치 선정도 공간 이동도 특별하지 못했다. 몇 차례 유효한 공격 장면도 볼을 간수하는데 성공했을 뿐 골에 근접한 상황을 만들진 못했다.

메시의 첫 골이 터졌을 때 호날두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전반전이 끝났을 때 그는 허탈한 모습을 보이며 느린 걸음으로 가장 늦게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후반전에 두 번째 골을 허용한 뒤 그는 주저 앉았고, 수 많은 공격 기회가 무산되는 과정에서 패배감을 느꼈다. 경기가 끝난 뒤 그는 이례적으로 “바르사가 우리보다 훨씬 강하다”는 말로 상대가 한 수 위 임을 인정했다.

특급 선수와 일급 선수의 차이

전반전에 이과인, 후반전에 벤제마와 라울 등이 수비를 분산해주는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해준 것이 호날두에게 악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일급 공격수의 입장에서 본다면 호날두는 이날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해 자신의 100% 역량을 끌어낼 수 없었던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기능적으로는 여전히 아주 빼어난 공격 유닛이라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하지만 특급 선수라면 그 이상이 되어야 한다.

메시는 동료의 지원이 없는 상황에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술력과 천재성을 보여줬다. 이전의 메시는 그러지 못했고, 대표팀에만 가면 무기력했다. 하지만 지금 메시는 그 수준을 뛰어넘은 것으로 보인다.

호날두는 여전히 중요한 경기들에서 승부처가 되고 자신의 힘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선수다. 호날두가 올 시즌 프리킥으로 무려 6골을 넣은 점은 경이로운 기록이다. 하지만 그가 자랑하던 감아차기 프리킥 슈팅과 무회전 프리킥 슈팅은 모두 수비벽에 걸리거나 무기력하게 골문으로 흘러 발데스 골키퍼에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특급 선수라면 스스로가 전술이요 골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팀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자신이 평소에 보여준 바로 그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호날두는 그러지 못했다. 리옹전에서와 마찬가지로 그의 프리킥은 정말 필요한 시점에 아무런 결과도 내지 못했다.

메시가 지금 펠레, 마라도나와 비교되며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언급되고 있는 것은 지금 그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중 중요한 순간에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메시는 지금 오직 혼자 힘으로 완벽해질 수 있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축구는 기록보다 내용이 더 중요한 스포츠다. 하지만 진정한 최고들은 경이로운 기록도 함께한다. 메시는 올 시즌 43차례 공식 경기에 나서 40골을 몰아쳤다. 라 리가에서 27골로 득점 선두, 챔피언스리그에서 8골로 득점 선수에 올라 있다. 라 리가가 최종전까지 7경기가 남았고, 챔피언스리그에서 결승에 오를 경우 3경기를 더 치를 수 있다.

메시의 지금 기세라면 남은 10경기에 2007/2008시즌에 호날두가 기록한 42골 기록을 넘는 것은 물론이요 그 이상의 경이로운 기록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메시 본인은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의 인터뷰에서 “호날두와 개인의 대결이 아니다”라며 자신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지만, 이 경기로 인해 세상은 누가 진정한 일인자임을 알 수 있었다.

논쟁은 끝났다…현재 세계 최고는 메시

물론 어떤 선수에게든 그 한계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 야심이 강하고 언제나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아직도 발전하고 있는 호날두는 언제든 다시 메시를 위협할 만한 실력으로 무장해서 돌아올 수 있다. 이날 실망스러운 경기였음에도 인터뷰 자리에 선 호날두는 인간적으로도 나날이 성숙해져 가고 있다. 메시 역시 올 시즌 전반기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듯 다시 꾸준함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세계 최고의 선수는 이론의 여지없이 메시다. 논쟁은 완전히 끝났다. 메시는 이제 자신이 정말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거론될 정도의 수준인가라는 스스로와의 싸움에 임하게 됐다.

최고 선수 논쟁을 다시 시작하려면 호날두가 훨씬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 호날두가 메시를 능가할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주려면 다음 엘 클라시코 더비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무대가 찾아오기 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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