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伏)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너도나도 보양식(補養食)을 찾는 계절이랍니다. 보양식 하면 당연히 삼계탕, 개고기, 장어 같은 육(陸)·해(海)·공(空)의 고기들을 떠올린답니다.

그러나 전문가 중에서는 "이런 고단백 보양식은 고기를 자주 먹지 못하던 과거의 보양식"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요즘처럼 '영양 과잉' 시대에 이상적인 여름 보양식은 바로 토마토"라고 말한답니다.

토마토는 지금처럼 무더운 여름이 제철이랍니다.

특히 남성에게 좋답니다. 왜일까요? 토마토에는 힘을 내는 데 필요한 비타민과 철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랍니다. 토마토의 빨간색을 내는 리코펜(lycopene)은 활성산소를 억제해 암과 노화를 막아준답니다.

리코펜은 열에 강하고 지용성이라 기름에 볶아 먹으면 체내흡수율이 높아진답니다.

따라서 토마토는 올리브오일 등 식용유에 익혀 먹는 게 낫습니다. 17세기 영국에서는 청교도혁명 후 집권한 크롬웰 정부가 "토마토에 독이 들었다"는 루머를 퍼뜨린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토마토를 정력제로 생각해 많이 먹었던 게 이유였습니다.

쾌락을 금기시하는 청교도들로선 '도덕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토마토를 그냥 놔둘 수 없다고 판단해 이런 거짓말까지 퍼뜨렸던 것입니다. 그런데 몇 해 전 영국에서 토마토수프를 매일 먹은 남성들의 경우 정액 속 리코펜 수치가 증가하면서 활동력이 왕성한 '수퍼 정자'가 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크롬웰 정부의 걱정에 근거가 없지는 않았던 셈이랍니다.

토마토도 버젓한 우리 음식!

 토마토는 모두가 알겠지만 '일년감'을 아는 사람은 드물답니다. 일년감은 국어사전에 등재된, 토마토의 한글 이름이랍니다. '일 년을 사는 감'이라는 뜻이랍니다. 옛 문헌에는 한자 이름 '일년시(一年枾)'라고 나온답니다.

토마토는 한국에 소개된 역사가 꽤 길답니다.

조선시대 유학자 이수광은 '지봉유설(芝峰類說)'에 토마토를 '남만시(南蠻枾)'라고 소개했습니다. '남쪽 오랑캐 땅에서 온 감'이라는 뜻이랍니다. 지봉유설이 나온 건 1614년인데요. 그러니 그전에 이미 토마토가 한국에 들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토마토와 거의 같은 시기에 한국에 소개된 작물이 있습니다.

 바로 고추랍니다. 고추는 금세 김치, 고추장 등 한국 음식의 중요한 재료이자 양념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습니다. 반면 토마토는 아직까지 한글 이름이 낯설만큼 한국인의 밥상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습니다.

문헌을 아무리 뒤져도 토마토를 이용한 음식은 찾기 어렵습니다.

토마토를 채소가 아닌 과일로 여긴데다 감자처럼 구황식물로 먹기도 어려워 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고추는? 고추가 들어오기 전 매운맛을 낼 때 주로 사용하던 산초에 관한 기록이 문헌에 매우 많은 걸 보면 한국인은 예부터 매운맛을 선호해왔습니다.

고추는 이러한 한국인 입맛을 사로잡은 듯하답니다.

 

토마토, 채소가 아니라 과일!

토마토라는 이름은 멕시코 원주민 아스텍(Aztec)족의 말 '토마틀(to matl)'에서 비롯됐다고 한답니다. '속이 꽉 찬 과일(plump fruit)'이라는 뜻이랍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토마토는 원래 과일로 여겨졌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대개 채소로 알고 있습니다.

토마토의 맛 때문이랍니다. 토마토는 과일치곤 당도가 매우 낮습니다. 전체 무게에서 당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3%에 지나지 않는답니다. 양배추와 비슷한 수준이랍니다. 반면 일반적인 과일에는 별로 없는 글루탐산(glutamic acid)이 잘 익은 토마토의 경우 전체 중량의 0.3%나 된답니다.

글루탐산은 감칠맛의 주요 성분이랍니다.

유럽 등지에서 수백 년에 걸쳐 토마토를 먹다 보니 음식과 같이 또는 소스로 만들어 곁들이면 음식의 맛이 더욱 풍부해지고 깊어짐을 경험적으로 알았습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토마토케첩도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과일보다는 음식으로 섭취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토마토는 과일보다는 채소로 인식이 굳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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